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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한겨레] 박근혜 ‘약속이행’ 아닌 ‘균형발전’이 주요의제

  • 관리자
  • 조회 : 5749
  • 등록일 : 2010-01-28
[시민편집인의눈] 박근혜 ‘약속이행’ 아닌 ‘균형발전’이 주요의제
한겨레

 

 

 

 

 

여당 내 권력다툼에 지나치게 많은 지면 할애
‘서울공화국’ ‘지방 몰락’ 다룬 르포·기획물 긴요
대중적 진보매체 의제설정은 독자와 직접 소통

세종시와 화성(수원) 신도시 계획은 여러모로 닮았다. 화성 신도시 계획은 에베네저 하워드의 뉴타운 구상을 104년이나 앞섰는데도, 오늘날의 ‘행정도시’나 ‘혁신도시’ 개념까지 포함하고 있다. 영의정까지 지낸 채제공이 초대 화성유수로 임명돼 공사까지 총감독한 것도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문제를 떠맡은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수정안은 행정도시 개념을 포기한 점이나 여론을 거슬러 강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다르다.

다산 정약용은 축성에 관한 책인 <성설>(城說)을 정조에게 지어 바치는 등 화성 신도시 건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인물이다. 그런 다산도 후손들을 훈계하는 글에서는 ‘우리나라는 도성(한양)과 시골의 수준 차이가 크다’며 ‘벼슬길이 끊어지더라도 도성에서 멀리 벗어나 살지 말라’고 당부했다. 자신의 생사여탈조차 서울에서 결정되는 처지에 느꼈을 고립무원의 심정이 평소 생각에 더해졌으리라.

다산의 처지가 아니더라도 한국인에게는 ‘서울을 향한 일편단심’이 유전인자처럼 깊숙이 박혀 내려온다. 거의 모든 권력과 돈과 명예가 집중된 곳, 그것을 얻기 위한 교육과 취업기회까지 집중된 곳이 바로 서울인 탓이다.

인구가 가장 많은 수위도시의 인구 비중이 서울처럼 압도적인 선진국은 없다. 수도가 중소도시에 있는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 도시들은 대부분 금융도시, 공업도시, 대학도시 등으로 분화된 기능을 갖고 발달해왔다. 수위도시 인구 비중은 뉴욕 2.7%, 파리 3.5%, 로마 4.6%, 도쿄 6.6%인데, 서울은 무려 21.4%에 이른다.

서울과 다름없는 수도권의 과밀억제권역으로 경계를 넓혀보면 국토면적 2% 안에 39% 인구가 북적댄다. 내년에는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는 전망도 있다. 서울시장 출신 대통령이 나온 것도 서울의 위상을 상징한다.

서울은 한 지역이 아니라 나머지 광대한 지역을 ‘식민지’로 두고 있는 종주도시이다. 좋은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고 나쁜 것을 뱉어내는 배출구이다. 지방의 젊은 인구와 활력은 끊임없이 수도권으로 유입되고 낙후된 부문만이 지방에 남는다. 지방에 본사를 뒀던 중견기업들이 거의 사라지고, 명성 높았던 지방대학들은 명맥을 유지하기에도 힘겹다.

공간의 역사는 권력의 역사와 중첩되고, 공간구조 개편은 권력구조 개편과 맞물리게 된다. 경주에서 개성으로, 다시 한양으로 천도한 것은 물론이고, 정조가 화성을 건설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우리 역사는 새 왕조마다 수도를 바꿈으로써 기득권 세력을 견제하고 결과적으로 국토 균형개발까지 성취했다.

오늘날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에도 수도권에 권력 기반을 두고 있는 계층과 지방에 뿌리를 둔 사람들의 권력다툼이 개입한다.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려는 권력에는 정치권력뿐 아니라 경제권력, 수도권 거주자들의 기득권력이 합세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미생과 증자의 고사까지 들먹이며 고상하게 논쟁하는 것 같지만, 근저에는 지지세력을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런 때 바람직한 언론보도의 방향은 무엇일까? 첫째는 정치인들의 권력다툼에 휘말리지 않고 진정 바람직한 국토 공간구조 개편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본다. 그 측면에서 <한겨레>는 ‘세종시 수정안, 이것이 문제다’ 시리즈를 12일치부터 3회에 걸쳐 싣는 등 나름대로 기여를 했다.

그러나 여당 내 권력투쟁에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내준 건 아닐까? 이달 들어서도 8일치에 박근혜 의원의 세종시 수정안 반대론을 1·3면 머리기사로 내보내고, 다음날도 친이계와 친박계의 충돌을 1·3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11일에는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빅뱅’, 14일에는 ‘정부 ‘박근혜 산’ 넘기 전략’, 19일에는 ‘박근혜, 정부 퍼붓기 여론전에 전면전 선포’, 21일에는 ‘박근혜 “세종시 토론은 토론이 아니다”’, 22일에는 ‘세종시 당론 몸살, 정몽준-친박 가시돋친 설전’ 등으로 세종시 정국이 박근혜 주연, 정운찬·정몽준 조연의 일일드라마처럼 흥미롭게 전개됐다.

물론 차기 대선 주자들의 발언과 여당의 분열상은 주요기사로 다룰 만하다. 그러나 그토록 크게 연일 다룰 만한 중대발언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국민에게 신뢰를 지키기 위해 수정안에 반대한다’는 언술은 은연중에 원안에 문제가 많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런 보도태도는 결과적으로 원안과 수정안의 장단점보다 박근혜 의원이 ‘신의의 정치인’으로 부각되는 데 기여했다. 사실 ‘신의’에 관해서라면, 언론법 파동 때 박 의원 발언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가 배신감을 곱씹어야 했던 기억을 되살리는 <한겨레> 독자도 있으리라.

어쨌든 여론조사에서는 세종시 문제를 ‘국익’보다는 ‘국민과의 신뢰’ 측면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약속을 너무 쉽게 뒤집는 정치권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정서이겠으나, 실로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수백, 수천년간 국토 공간구조 재편의 모멘텀이 될 행정도시를 원안대로 건설하느냐 폐기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약속이나 의리만 중요하다면 조폭의 논리와 무엇이 다르랴. 그러나 사람들은 종종 합리적 대안보다는 의리와 같은 인간적 면모에 끌린다.

전국민이 ‘박-정-정 드라마’를 보는 사이에 지면과 화면에서 사라진 것은 원안을 지지했던 야당의 목소리였다. 박근혜 의원은 ‘원안+알파’를 대안으로 들고 나와 충청지역 정서에 영합했다. 졸지에 야당의 원안은 충청지역에서도, 수도권에서도 인기 없는 것처럼 치부되고 말았다. 그러나 ‘원안+알파’는 민간기업 등에 부가적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어서 문제가 적지 않다.

한 곳의 특혜는 다른 곳의 박탈과 국민부담의 증가를 뜻한다. 이명박 정권은 특히 기업과 관련해서는 특혜를 제도화하는 정권이다.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엄청난 특혜를 기업에 주면서 ‘교육과학경제도시’라는 ‘50조~60조짜리 비싼 혁신도시’를 또 건설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도 지방의 기업혁신도시와 경제자유구역 등은 기반시설을 해놓고도 잡초만 무성한 곳이 많다.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추진돼 왔던 행정수도 계획의 뼈대는 행정수도 건설과 함께 공기업 등을 전국의 거점도시로 분산하고 혁신도시들을 건설하는 것이다. 행정기능을 서울에 남겨두는 것은 짝을 이뤄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조합이 깨진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다른 혁신도시의 성공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정책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 이봉수 시민편집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대통령과 장관 등 고위 공무원들이 회의를 하거나 국회 업무를 보는 데 지장이 많다는 점을 비효율의 대표적 사례로 드는데, 지방으로 내려가는 공기업 등 다른 공공기관들이 행정도시와 멀어지는 데서 발생하는 비효율은 어찌할 셈인가? 더 큰 문제는 수도권에서 땅값·임대료·생활비 등 생산요소와 관련된 비용들이 급증하는 반면 생산성은 떨어져 결국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공해처리비용과 교통혼잡비용도 해마다 각각 10조원대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런 기회에 신문이 여론형성을 주도하려면 서울공화국의 병폐가 얼마나 중증인지를 드러내는 기획기사들을 집중적으로 내보내면 된다. 또 전국 지방도시나 공단의 열악한 실태를 르포 형식으로 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이런 기사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수도권 독자뿐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을 심각하게 느끼는 지방 독자들에게도 호소력이 있을 것이다. 정치권의 움직임에 매몰되지 말고 직접 독자와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대중적 진보매체다운 의제설정 방식이 아닐까?

이봉수 시민편집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3
admin 제쌤   2010-01-28 22:59:20
매우 공감.
admin 감자탕짱   2010-01-28 23:59:36
점심 먹으면서 선생님께 칼럼 뒷이야기를 듣고, 다시 읽어보니 더 재미있네요. ㅎ
admin 동현   2010-02-02 12:35:08
의사당에서 답답한 논쟁들만 보다 선생님 글을 보니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칼럼 뒷얘기 저도 듣고 싶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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